제 목 그날은 비가 왔었습니다
작성자
어머니

| 작성일: 2016-11-29 06:29:30 | 조회수: 2958 |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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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께 드문드문 병실에
방문 했을때였습니다.

남들보다 유달리 비를 좋아하시던 어머니...
그날도 비오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말씀 하십니다.

''헌아 비가 참 이쁘게도 내린다. 빗소리도
이쁘겠지? 여긴 너무 높아서 이쁜 소리를
자세히 들을 수 없구나''

어머니의 말씀을 듣기만 하던 저는 말없이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어 어머니께 입혀드리고
손을 붙잡고나와 차에 탔습니다.

늦은 밤이라 거리엔 차가 많지 않았고
따스한 히터바람을 틀고 조용히 주행을 하며 자동차 바퀴에 부딪혀 부서지는 빗방울의 노랫소리를 들려 드렸고

유리창에 여러놈이 붙어 제법 까불며
아우성치는 빗방울을 보여드렸으며

평소 어머니께서 좋아하시어 저도 좋아하게
되었던 나나무스쿠리의 over and over라는 음악을 틀었습니다.

목적지도 없었고 대화도 없었고 같은 음악만
연속으로 1시간가량 반복해서 듣다가 그렇게
병실로 돌아와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잠드시는 어머니를 보고나서야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고 그날은 구름한점 없는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병실에 나란히 누워
파란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입을 여십니다.

''헌아 그때처럼 너랑 빗소리 들으며 음악도
듣고 싶은데 그러기엔 날이 너무 화창하다.
그치?''

골똘히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곤 어머니께 외투를 입혀드리고
손붙잡고 차를타고 무작정 운전했습니다.

''비도 안오는데 어디가는거니?''

''엄마 빗소리 듣고 싶다며....들려주려 가는거야''

도착한곳은 주유소였습니다.
어리둥절해 하실 틈도 없이
곧장 자동화세차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음악역시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over and over를 들려드렸죠

몇분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두 모자가
만끽하긴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차에 부딪히는 물소리와 음악소리에 빙그레
웃으시며 제 얼굴을 쓰다듬으시고는

''여자 마음을 아는 녀석이네, 이렇게 이쁨받고
살아야한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가끔 세차장에서
물소리를 듣노라면 그때가 생각나지만
차마 음악은 틀지 못하겠더군요

그 자리에서 목 놓아 울어 버릴까봐....

비오는 날을 가장 싫어했던 저는 날씨중에
비가 쏟아지는 날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맑은 날엔 이따금씩 깨끗한 차를
일부러 세차장에 밀어 넣습니다.

그때처럼 하늘에서도 빙그레 웃으실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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