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작성자 |
라미에르
| 작성일: 2015-11-15 20:11:48 | 조회수: 3076 | 댓글: 0개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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