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어느 고등학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글 ㅋㅋ
작성자
왕눈이

| 작성일: 2015-11-09 16:48:03 | 조회수: 3088 | 댓글: 0개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부모를 사랑하는 어느 고등학생이 박근혜 대통령께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 끊임없이 잡음들이 터져나오고 있고, 시간이 지나도 수습될 기미는 없어 보입니다. 요즘 가장 화제로 떠오른 것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라지요? 대통령님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조처라고 들었습니다. 그 의지의 뒤편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지 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찬가지로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적어보려 합니다. 아베 총리에게는 전범 할아버지가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께는 독재자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든, 두 분 모두 한국과 일본에서 오랫동안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하셨던 분들입니다. 그것은 즉, 아베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두 분의 개인사, 그리고 가족사가 나라 전체의 근현대사에 얽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두 분은 지금 역사를 고쳐 쓰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과서에서 믿기 힘든, 믿을 수 없는, 혹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보셨겠지요. 박근혜 대통령님은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고 계시고 아베 총리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검정 과정에서 통과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 시도는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합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정말이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아베 총리와 도대체 무엇이 다릅니까?

 

조선시대에는 어떤 왕이 세상을 떠나면 그 업적과 행보를 낱낱이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실록청이라는 곳의 사관들이 그 일을 담당했는데, 당대는 물론 후대의 왕까지 열람이 금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실록의 진실성과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죠. 그것은 왕의 개인사였지만, 곧 국가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사적인 감정 또는 권력의 개입을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하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교과서 속 등장인물의 실제 가족 구성원, 즉 이해당사자에 의해 추진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명예훼손이 1만4882건이나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8131건이라고 하죠. 모두 그 전해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바야흐로 명예에 죽고 사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 듯합니다. 명예가 그만큼 중요하니 그것을 실추시키려 하는 세력들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대통령님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말했듯이 모든 사람에게는 공과 과가 있습니다.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이겠지요. 그렇지만 과는 그만 따지고 공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그분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공만 기억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합당한 비판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요.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 현실을 직시하시기 바랍니다. 역사를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그것은 사슬이 되어 당신을 옭아맬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인정하고 대통령님을 붙들어 매고 있는 그 사슬을 끊어버리시길 바랍니다.

 

종북 교과서니, 김일성 주체사상이니 하는 이념몰이는 이제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대신 결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진실은 승리하기 마련입니다. 그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당신은 자유함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라야만 이 민족, 사회, 국가 전체가 떳떳한 역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당장은 고통스러울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께서 말하는 배신의 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대통령님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라고 간주하실 수도 있겠지요.

 

저도 저희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대통령님이야 오죽하셨을까요. 아버지, 어머니를 모두 총탄에 잃은 그 아픔을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 박근혜가 아닌 인간 박근혜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정말 보통사람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시련과 상처를 견디며 살아오신 것 같아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지만 이제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인간 박정희, 아버지 박정희는 간직하되 대통령 박정희는 놓아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그것은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이기 때문이지요. 당대의 역사학자들, 그리고 후세의 자손들이 평가해야 할 몫입니다.

 

그러나 사과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 고통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전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렇다면 나머지 과에 대해서 용기있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공이 있다면 후대가 평가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과하는 일은 이해당사자의 몫입니다. 그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무인 이유이지요.

 

만약 지금 가고 있는 길을 고집하신다면, 그것은 대통령님이 아베 총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나중에는 결국 같아질 수도 있지요. 서로가 서로를 선동하여 더욱 심각한 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시민단체들마저 이번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이겠지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 문제에서 대통령님은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쭉 비난해오셨죠.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미루시면서까지 말입니다.

 

대통령님의 이번 방미와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여태까지 일본에 요구해오신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사과를 요구하는 분들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의 성폭행에 관한 것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베트남에 계셨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것이네요.

 

행사를 주도한 놈 콜먼 전 상원의원은 일본 정부의 로비스트일 가능성이 크다지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로비스트이든 아니든, 그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그리 생각하신다면 같은 처지에 있던 베트남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어째서 외면하십니까? 언제까지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 생각이십니까?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그분들은 언제까지 더 고통을 당해야만 합니까? 지금이라도 그분들께 사과의 인사를 전하시기 바랍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굉장히 절망스러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해외취업을 했다’고 기술한 뉴라이트 교과서의 저자들이 현 정부의 고위직으로 임명되었다는군요. 말로 다 할 수 없이 비통한 심정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고 저는 배웠습니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역사를 부정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마십시오. 대통령님이 아베 총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정의했다지요. 그 선함의 네 가지 형태 중 하나가 바로 수오지심(羞惡之心),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생각을 돌이키시어 우리 민족의 선대, 당대 그리고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리시기 바랍니다.

 

임하영 경기도 파주시 매화길
창업자금대출 신청하기
덧글 0개
  • * 닉네임   * 비밀번호  덧글입력
삭제 수정 목록